파이시티, 영포라인, 그리고 포스코

파이시티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를 가리키는 말로 원래는 도시물류기본계획에 따라 화물터미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센터를 건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 재임 시 서울시가 '파이시티'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수 있도록 시설 변경을 해 줌으로써 수천억 원의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계획변경의 핵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 박영준이 자리하고 있다. 2005년 박영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시 시장은 화물터미널의 역할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도시물류기본계획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006년 이명박 시장의 퇴임 50여 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허용하는 유통업무 설비 세부시설 변경 결정을 하게 된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5년 파이시티 대 대형점포 입점 허용 여부를 논의했던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원회에는 곽승준, 신재민, 신혜경, 이종찬, 원제무 등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은 당시 고려대 교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주간조선 편집장 자격으로,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신혜경 전 국토해양비서관은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인수위 멤버였던 원제무 교수는 한양대 교수로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했다. 신 전 비서관은 2005년 대형점포 입점 허용 여부를 논의했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시 측 위원으로는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최창식 전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위원, 그리고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역임하게 된다. 최창식 당시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장은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중구청장으로 출마 당선이 됐다. 모두 이명박 정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프레시안>(2012. 05. 01)(1)에 따르면, 전 파이시티 사장인 이정배 씨가 인‧허가 지연으로 곤욕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은행 측이 2010년 8월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신청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고, 이정배 전 대표가 파이시티 사업권을 잃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1년 3월 시공사를 새로 공모했고,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13개 국내 대형 건설사가 사업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입찰을 포기하고 포스코건설만 단독으로 사업제안서를 냈다. 전체 공사금액은 8976억 원으로 추정되었다(전체 사업규모는 2조4000억 원에 이름). 2011년 7월 파이시티가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승인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입찰조건이 대폭 완화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공사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채권단 관계자로부터 '포스코건설에 시공권을 수의계약으로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주장했다.(2)

<프레시안>(2012. 05. 01)에 따르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허가 작업이 끝나고 분양에 들어가려는 순간 1조 원의 개발이익을 가로채기 위해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짜고 경영권을 빼앗아갔다“며 ”이들의 배후에 막강한 권력이 숨어 있으며, 권력형 게이트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2011년 11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주려고 억지로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및 강요죄로 고소한 바 있다. 이 고소장에는 "우리은행 측이 '200억 원을 줄 테니 손을 떼고 해외로 나가라. 뒷일은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고향 후배이자 브로커인 이동율 씨에게 건네주었다고 주장한 돈은 61억5000만 원이었다(검찰에서 확인된 돈은 11억 원). 이 돈은 서울 양재동 유통복합센타의 인‧허가와 관련하여 최시중 전 위원장과 국무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에게 건네주라는 돈이었다. 하지만 최시중 전 위원장은 8억 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3억 원 정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와 더불어 회사자금 1291억 원이 부당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월 파이시티 회생관리인이 구 경영진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손해조사 확정 재판용 재산 실사 결과에 따르면 관계사 등에 대한 부당 대여금이 668여억 원, 사업인수 관련 부당지출 252여억 원에, 사업인수와 관련한 불분명한 지출이 381여억 원이다. 검찰은 돈 중 상당 금액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수도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파이시티'가 양재동에 대형 복합유통센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이명박 당시 시장의 측근인 최시중, 박영준 등에게 직접 로비하고, 포스코건설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왜 정준양 회장이 재임하고 있던 포스코그룹에 1조 원에 가까운 이런 특혜를 주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동조 제이엔 테크에 일감 몰아주기

검찰이 파이시티 불법 로비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영준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동조 씨가 회장으로 있는 제이엔테크가 포스코 하청업체로 선정된 후 급성장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이로 인해 정준양 회장과 이명박 정부 권력 실세간 관계가 주목받게 되었다. 이들은 박영준 전 차관을 중심으로 인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 사업 수주, 비자금 세탁이라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은 포스코와 파이시티, 또는 포스코와 제이엔테크 관계에서 형성되는 사업을 고리로 박영준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의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조 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포스코 직업훈련과정에 입학, 이를 수료하고 1980년에 포스코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였다. 그의 부인은 포스코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였는데, 이들은 포스코가 24시간 근무하는 점에 착안하여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상호는 효자도시락이었고 현재는 조은도시락으로 개명했다. 도시락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이동조 회장은 1994년에 포스코를 퇴직하였고, 2000년께에 기계설비 공사업체로 제이엔테크의 전신인 조은개발을 창업하였다. 이 무렵 이동조 회장은 이상득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된다. 이 회장이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 4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그 건물의 2층과 3층에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입주하게 됐다 (<조선닷컴>, 2012. 05. 05).

이때부터 이동조 회장은 이상득 의원, 박영준 전 차관 등과 친분을 쌓게 되면서 이상득 의원을 대신해 지역구를 관리하던 박 전 차관과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 덕택으로 새누리당 지구당 중앙위원도 역임했으나 캄보디아에서 금광사업을 하다 사업이 무너지는 바람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조선닷컴>, 2012. 05. 05).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차장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2008년 8월 이동조 회장의 제이앤테크가 그 힘들다는 포스코의 하청업체로 등록되면서 매출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6년과 2007년에 25억 원과 27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2008년 100억 원, 2009년 68억 원, 2010년 200억 원, 2011년 170억 원 등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은 물론 포스코가 정상적인 사업 공고보다는 긴급발주를 통해 특정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거나, 설계 변경 등을 통하여 원래 사업비보다 비용을 크게 늘려 주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은밀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매출 신장을 지원한 사례 이외에도 불법적인 거래도 포착됐다. 2008년 포스코가 베트남에 냉연 공장을 설립할 당시, 제이엔테크는 포스코와 생산 설비계약을 맺고 항만 공사용 케이블 설치를 담당했는데, 100억 원 상당의 설치비용이 드는 케이블이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지체 비용이 발생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당연히 제이엔테크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었으나, 그 비용을 발주자인 포스코가 대납해 줌으로써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결국, 포스코는 제이엔테크와의 거래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성진지오텍 인수·합병 비리

<조세일보>(2013. 09. 25)에 따르면, 정준양 회장의 포스코는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데 있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여 M&A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였다고 한다.

플랜트 기자재업체인 성진지오텍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금융위기 상황에서 다른 대부분 중소기업처럼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의 손실로 19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09년에는 부채비율이 9만7000%로 치솟아,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감사의견을 내는 등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의 지분 40.37%(1234만5110주)를 1593억 원을 주고 인수하게 된다. 특히 성진지오텍 제1대 주주인 전정도 회장의 지분 440만 주를 직전 3개월 평균주가인 8300원의 약 두 배인 주당 1만6300원에 매입했다. 포스코가 인수한 후 성진지오텍의 매출은 증가했으나 2011년과 201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인수합병의 특혜의혹이 더 커졌다.

성진지오텍의 인수와 관련하여 특히 큰 문제는 산업은행과 전정도 회장, 포스코와 전정도 회장, 그리고 포스코와 미래에셋 사모펀드 간 주식거래에 있어 거래 가격이 각기 다르고 전정도 회장에게만 큰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거래를 통해서 전정도 회장의 지분은 오히려 약 6만 주 가량이 증가했고 주식 매각으로 295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음을 알 수 있다.

성진지오텍 주식거래를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산업은행이 2010년 3월11일, 보유 중이었던 445만9200주에 해당하는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주당 9620원에 전정도 회장에게 매각했다. 2010년 3월 11일 당시 성진지오텍 주가는 1만350원이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게 되는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기존 주가에 약간의 프리미엄만 얹어 전정도 회장에게 매각했다. 이 거래는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기 6일 전에 발생했다. 포스코가 인수한 2010년 3월17일에는 성진지오텍 주가가 6일 전과 비교해 약 30% 상승한 1만3650원이 되었다. 결국 산업은행은 이 거래에서 최대 179억 원의 매매차익을 포기한 셈이고 이 이익은 전정도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전되었다.

두 번째는 포스코가 2010년 3월17일 전정도 회장과 미래에셋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거래다. 포스코가 전정도 회장과 미래에셋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적용한 각각의 매입단가가 크게 차이 났다. 포스코는 전정도 회장으로부터 440만주를 주당 1만6330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전정도 회장이 6일 전 산업은행으로부터 주당 9620원에 매입한 가격보다 1.7배가 높은 가격이다. 반면, 포스코는 미래에셋계열 3개 사모펀드가 보유했던 주식 794만5110주를 주당 1만1000원을 주고 인수했다.

결국 포스코는 전정도 회장의 지분을 미래에셋에 지불한 가격보다 주당 5330원(48.5%)을 주고 매입한 셈이 됐다. 이러한 불합리한 거래에 대해 포스코 측은 "주식인수 계약은 미래에셋과 체결했기 때문에 미래에셋과 전 회장 사이의 매각대금은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나눠 가진 것으로 포스코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M&A 업계에선 미래에셋을 내세워 돈세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 거래를 통해서 결국 포스코는 미래에셋으로부터 사들인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하더라도 전정도 회장의 지분을 비싼 가격에 사들임으로써 약 235억의 매매 차익을 부실기업 사주인 전정도 회장에게 이전해 주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 거래는 결국 2010년과 2011년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과 이현재 의원 등이 수상한 M&A라는 지적과 함께 정치적 외압으로 인한 거래라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조세일보>(2013. 09. 25)는 성진지오텍의 인수과정이 정정도 회장의 청탁을 받은 박영준 전 차관이 정준양 회장에게 이야기했고 정준양 회장이 인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대우 인터내셔널 인수·합병

포스코는 2010년 9월 캠코와 채권단이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1%를 3조3724억 원에 인수했다. 이 금액은 당시 3개월 평균 주가인 3만3000원에 약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것으로,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던 롯데그룹 컨소시엄보다 약 2000억 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다. 합병 추진 당시 정준양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와 궁합이 잘 맞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며,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는 대표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준양 회장은 또한 포스코를 종합 소재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 호주 유연탄광 등 에너지‧광물 개발광구 15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외 자원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이 인수를 통해 종합소재그룹으로 본격 도약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자원외교를 가장 중요한 외교활동으로 치부하고 있어,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후 해외 순방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는 사업간 시너지를 얻기 위해 추진되었고 인수과정에서 롯데그룹이라는 강한 상대를 만나 가격을 조금 높게 쓴 것만 따진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이 주장한 것처럼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MB 정권 측이 추진해온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자원외교 창구로 이용됐다. 또 권력의 개인적 판단에 근거한 비즈니스로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모회사인 포스코에 동일하게 막대한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면 이는 문제가 된다.

몇몇 국회의원은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수천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의혹에 대하여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 정준양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이동희 포스코 사장을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으로 임명하여 해외 투자 시 투자금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