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부적격 인사, 포스코에서만 25조 날렸다"

[MB의 비용 2부] <2>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인사 정책

허환주 기자(정리) 2014.11.21 07:17:05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하고 있다. 1부에서는 4대강, 자원외교, 기업 비리, 원자력 발전소 비리, 한식세계화 등 주요 정책이 끼친 손실과 관련해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해봤다.

2부에서는 비용으로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명백하게 '손실'을 끼친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경제정책 범주를 넘어서 통일외교, 정치 등 국가 시스템과 관련된 정책 의제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대담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지난 18일 두 번째 대담으로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와 윤태범 방송통신대학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는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가 맡았다. 아래 대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 김용진 서강대 교수(왼쪽),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 김용진 서강대 교수(왼쪽),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낙하산 인사’, 이 용어가 적절한가

이승선 : '낙하산 인사'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정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를 먼저 정리하기 전에는 우리가 주제로 잡은 'MB의 낙하산 인사 비용'을 따지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듯하다.

김용진 :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낙하산 인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부적격 정실 인사'가 문제다.

이승선 : '보은인사'가 더 맞지 않나.

김용진 : 아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 전문가가 들어가 일을 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사람이 대선 후보의 공약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었다. 그 뒤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그러면 그 전문가는 대선 후보와 함께 그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윤태범 : 낙하산 인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에서 이긴 당선인에게 정부에 ‘혼자 들어가라'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당선인 혼자 '철옹성'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승선 : 낙하산 인사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두 분 모두 생각하는 듯하다. 반면, 부적격 정실 인사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 용어를 바꿔서 MB의 부적격 정실 인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용진 : '정실'은 서로 잘 아는 사이를 일컫는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람이 적격한 사람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환경부 장관에 앉히려고 한다면 환경 관련 최소한 그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든지, 자격증을 가지고 있든지, 경력이 있든지 그래야 한다. 그래서 ‘아, 저 사람은 저 분야 전문가다’, 그렇게 인정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잘 아는 사람, 즉 전문성은 없으면서 캠프에서 일했다고 고위직에 앉히는 것은 부적격 정실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윤태범 : 전문성이 부적격 정실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것은 맞다. 예를 들어 과거 이철 국회의원이 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할 할 때, 부적격 정실 인사 논란이 나왔다. 당시 철도공사는 정부조직인 도청에서 전환된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공기업으로의 분위기 쇄신, 기업문화의 확보, 부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 구조가 있었기에 당시 철도공사는 경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철도공사를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했다.
이승선 : 변화전문가가 필요했다는 건가.

윤태범 :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철 사장에게 미션을 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당신을 여기에 임명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당신이 의원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철도공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거기서 영업 흑자 만들라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이다. 지금 코레일은 사장은 흑자가 미션일수 있다. 하지만 이철 사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와의 부합성도 고려해야 할 요소일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이다.

인사 프로세스를 생각할 때 첫째,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성됐나, 그다음으로 그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는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한다. 하지만 MB 때는 이 두 가지 모두 잘 안 됐다는 지적이 많다. 인사 프로세스의 외관조차도 부실한 상황이었고, 설사 형식적으로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 해도 실제로는 부적절하게 운영됐다는 것이다. 시스템 자체도 제대로 마련이 안 된 상황에서 대부분 인사가 무사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낙하산 인사로 언론 등에 많이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인사검증에 관한 법을 하나 만들려고 했다. 당시 법에는 고위직의 자격조건과 후보에 대해 무엇을 검증하려는가와 프로세스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스스로 우리 발목 잡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냈다. 제대로 된 인사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당시 여러 이유로 국회에서는 논의도 못 했다.

우리나라는 청문회가 있지만, 절름발이다. 장관을 예로 들면 청문회는 있지만, 그 사람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없다. 청문회에 대한 법은 국회법이다. 즉, 그 전에 거쳐야할 제대로 된 검증에 관한 법은 없다. 청와대가 후보자를 선정하고, 자체 검증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검증을 못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에 인사 후보자를 보낼 때는 주민등록번호, 병역기록, 납세기록 등 법에 규정된 몇 가지만 해서 보낸다. 이러니 검증이 제대로 되겠나.

이승선 : 미국에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법으로 되어 있나.

윤태범 : 그렇다. 미국은 백악관에서 법에 따라 심층적인 검증을 마친 뒤, 의회에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를 보낸다. 그런데 우리는 청와대가 할 일을 결국 국회에서 검증하니 후보자들이 만신창이가 된다. 제대로 인사를 하려면 완벽히 검증한 뒤, 국회로 보내서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구조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승선 : 우리나라의 청문회 제도는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직무수행이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유가 사전 검증 절차가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김용진 : 미국은 최소 6개월 이상 인사에 대한 검증을 한다. 낱낱이 뒤진다.

MB 때 유달리 많았던 비리 인사

▲ 김용진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김용진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승선
: 그렇게 부족한 검증 시스템이지만, 이상하게 MB 때 부적격 정실 인사 비리가 유달리 많았던 것 같다.

김용진 : 윤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인사에서 전문성은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프로세스를 말했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예를 들어 MB 정부 때 이석채 KT 회장은 KT와 같은 업종에서 1년 이상 사외이사를 했다. 당시 KT 정관은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LG전자와 SK C&C 사외이사로 있었던 이석채 회장은 사장 후보로 응모할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KT 사장추천위원회는 ‘정관을 개정한다’는 조건으로 이석채를 사장 후보로 추천하는 꼼수를 부렸다. 뭔가 공정성을 위해 만든 법도 그 사람을 위해 바꿔버린 셈이다. 그게 MB의 방식이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게 선임한 인사, 즉 이석채 회장은 편법으로 자신을 선임한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이석채 회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빨리 가서 나를 도와라’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다 해먹어라’인 듯하다. 얼마 전 KT 임원 만났는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석채 회장 때 벌려놓은 수습하기 어려운 사업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조직을 망가뜨린 셈이다. 부적격 정실 인사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보은 할 게 많은 사람 앉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승선 : 그렇게 자기 사람을 심으려 무리한 인사를 했는데, 그에 따른 비용이 상당하다.

김용진 : 부적격 정실 인사가 쓴 비용은 엄청나다. 대표적인 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자원외교 비리다. 지금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자신들도 그 정도로 손실이 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거다.

이승선 : 세부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그 비용을 발생시킨 리스트를 꼽아 달라.

윤태범 : 인사라는 게 두 가지 영역이 대표적이다. 장‧차관 인사와 공공기관장‧ 상임이사. 비용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정책의 실패'로 표현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업에는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활용됐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부채비율이 20%대에 불과한 우량기업에 속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부실 공기업으로 변했다.

공기업 부채는 정부정책의 수행관점에서 일종의 분식회계다. 정부의 정책 사업을 실행하는 게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부채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대강 사업이 공기업 부실을 초래한 과정을 보자. 정부 사업을 공기업이 하도록 하고 그 비용은 지불해주지 않고 수익사업권만 준다. 도로공사를 예로 들면, 도로 하나 만드는데 정부는 전체비용의 일정부분만 도로공사에 안 준다. 나머지는 도로공사가 스스로 금융부채를 통해서 채워야 한다. 결국, 도로공사는 늘어난 부채를 통행료로 채워야 하는데 이것은 공사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적자를 메우려면 몇십 년 걸릴지 모른다.

게다가 수익을 올릴만한 도로건설은 대부분 민자로 빠진다. 대표적인 게 맥쿼리가 투자하였던 민자도로들이다. 정부가 최소수입(MRG)까지 보장해주었다. 그러니 수익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대박이다.

이승선 : 이 정도는 하려고 부적격 정실 인사를 한 게 아닌가.(웃음) 제대로 전문성 있는 사람을 수자원공사 등에 임명하면 방해가 되니 부적격 정실 인사를 해서 나라살림을 거덜 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적격 정실 인사로 나라살림을 거덜 낸 사람들이 상당할 듯하다.

김용진 : MB 정부에서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 부적격 정실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이석채 회장이 꼽힌다. KT가 이석채 회장 재임 때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궁화호 2호, 3호 위성 매각 사건을 보자. 이 회장이 홍콩 위성업체 ABS에 단돈 45억 원에 매각하는 결정을 했다. 무궁화 2호, 3호의 설계수명이 다 됐다고 하지만, 보수하면 13년간 추가 운영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 결정으로 초래한 비용을 따져보자. 무엇보다 국가별로 할당된 위성궤도까지 못쓰게 했다는 게 심각한 손실이다.

대체 위성도 없는 상황이라서 13년에 걸쳐 52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 새로운 위성 구매에 4000억 원 정도 들어가니 합하면 1조 원 가까운 비용이 초래됐다.

위성이 없으므로 군사정보를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야 한다. 군사적 정보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10조 원으로 추산된다.

더 한심한 것은 국가에 할당된 위성 궤도까지 걸린 매각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하는데, 민간업체가 결정한 것을 정부가 사후에 덜컥 승인해줬다는 점이다.

이승선 : 위성이 없어 군사정보를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비용이 10조 원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뭔가.

김용진 :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전작권을 안 가져와 미군 주둔 비용을 우리가 내지 않나. 그것을 추산해보라.

이승선 : 이석채 회장 이외에도 그런 인물이 있나.

김용진 :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도 기업을 망쳐놓으며 큰 비용을 발생시킨 인사로 꼽을 수 있다. 정 회장의 경우는 부적격 정실 인사라기보다는 인사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다.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 정부 지분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영포 라인’으로 불리는 MB 측근 실세들이 정준양을 회장으로 임명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회장으로 임명됐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자기 패거리 이익을 생각하는 대표적인 도적들

이승선 : 정준양 회장도 정부가 미션을 주기 위해서 임명한 건가.

김용진 : 당시 천신일, 박영준 등 핵심실세가 논의해서 정준양을 포스코에 보낸 거다. 그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2010년 70만 원이던 포스코 주가는 2013년에 30만 원으로 반 토막 이하로 폭락했다. 주가가 내려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엉뚱한 짓을 많이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부실기업들을 무수하게 매입했다. 포스코 시가총액이 현재 24조 원이다. 절반 떨어진 것으로 계산해도 25조 원을 날린 거다.

▲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윤태범
: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정상적으로 CEO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KT, 포스코는 민영화된 일반 기업임에도 아직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임명된 인사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더라도 정통성이 약하게 된다. 게다가 부적절한 과정을 거쳐 임명된 인사는 '보은'을 할 수밖에 없다.

이승선 : 정부 입김으로 들어갈 때, 뭔가 정권의 미션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김용진 : 당시 포스코 내에서는 정준양 회장 말고 다른 사람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그걸 박영준과 천신일이 뒤집은 거다. 그러면 뭐가 되겠나. 그 자리에 앉혀줬으니 뭔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승선 : 공기업 사장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그런 인사가 있지 않나.

김용진 : 자원외교는 공기업이 다 한 거다.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등. 이들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했는데, 대부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연결된다. 실세라는 건 그런 돈을 만질 수 있는 라인, 즉 석유공사 사장 등을 임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거기에 사람을 채우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8조 원 넣을 때, 정부에서 갚아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윤태범 : 박영준 전 차관은 전형적인 부적격 정실 인사로 거론됐었다. 산업자원부(MB 정부 때 지식경제부)는 정무적인 판단보다는 전문가 역량이 필요한 곳이다. 특히 장관이 정무직 인사라면, 차관은 더욱 실무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거기에 정치만 평생 하던 사람을 앉힌 거다.

이승선 : 박영준 전 차관의 인사 과정도 문제인 듯하다.

윤태범 : 박 전 차관이 모든 공직에 못 간다는 건 아니다. 청와대에도 있었지 않았나. 장‧차관 중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의원도 국민권익위원회로 갔다. 그것은 부적격 정실 인사라고 하기 어렵다. 권익위원회 업무 특성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영준 전 차관은 가서는 안 되는 자리에 간 거였다.

이승선 : 박영준이 개입한 공기업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윤태범 : 정확히 추산하기는 힘들다. 자원개발은 나중에 실패했다고 해서 부적격 정실 인사 때문에 발생한 비용 문제로 단순히 치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김용진 : 개발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탐사 사업이라면 평가가 쉽지 않다. 탐사 사업은 전문성이 강한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MB의 자원개발은 '자주' 개발률을 높이려는 사업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자주개발률을 높이려면 이미 탐사가 끝나고 개발이 되고 있는 사업 지분을 획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석유공사가 매입했다가 헐값에 팔아버린 하베스트의 자회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하베스트는 매입 당시 이미 운영되는 곳이었다.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업체를 매입한 것이다. MB 정부는 자주 개발률 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35조 원이나 퍼부었는데, 결과를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이승선 : 4대강 사업, 기업 문제, 자원외교 등에서 발생한 비용과 손실을 보면 결국 부적절 정실 인사와 연결이 되는 문제인 듯하다.

김용진 : MB 정부가 초래한 비용을 ‘기회비용’으로 넓혀보면 더 심각하다. IMF 사태 이후 정부가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사업을 주도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 때는 IMF 사태 이후 수습을 하느라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등한시했다는 점에서는 노무현 정부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늦어도 MB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주력했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우리는 100원 벌면 45원이 해외로 나간다. 대규모 원천 기술 같은 것에 제때 투자를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탐사선을 보내 혜성에 탐사로봇까지 착륙시키는 데 1조700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만일 착륙에 실패했었다고 해도, 이 사업을 통해 이미 엄청나게 먼 거리까지 조정이 가능한 통신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유럽에서 10여 년에 걸쳐 이런 사업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로봇 물고기 운운하고 있었다.(웃음) 22조 원을 날리면서 말이다.

이승선 :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 ‘MB의 비용’을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MB 정부는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이 두드러진 것 같다.

김용진 : 박근혜 정부에서 아직 부적격 정실 인사로 얼마나 큰 비용이 초래되는지에 대해 큰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그나마 대통령이 아직 힘이 있어 부적격 정실 인사들이 이상한 짓을 해서 자기네끼리 맘대로 해먹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반면 MB 정권 때는 위에서 아래까지 다 해먹는 구조였다.

윤태범 : 박근혜 정부도 지켜봐야 안다. MB 정권 때도 자원외교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정권 말에,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 문제로 터지지 않았나.

김용진 : 박근혜 정부는 실제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나중에 부적격 정실 인사로 초래된 ‘비용’ 문제가 MB 때처럼 심각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거 같다.

이승선 : 해먹으려면 뭔가를 벌려야 하는데, 벌린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인 듯하다. MB 정권의 실책이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 등인데, 또 다른 게 있을까.

윤태범 : 공기업 부채 증가다. 상상을 초월한다.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급상승했다. 이 원인의 한 부분에는 부적격 정실 인사와 부실한 감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MB 정부의 주요 국책 사업을 수행한 공공기관은 대부분 부채가 늘었다.

▲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

▲ 이승선 <프레시안> 경제국제 전문기자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이들이 망친 MB 정권의 5년

이승선 : MB 정부 5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가 200조 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김용진 : 외교안보분야에서 초래되는 기회비용도 생각해 보라. 이건 더욱 천문학적이다. 북한이 가진 자원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6000조 원 정도 된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다 가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허가한 제2롯데월드 문제도 군사적 비용과 관련해서 보자. 그 높이를 허가해주려면 성남 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원래 7도 틀어야 했다. 그런데 3도만 틀어도 되게 해줬다. MB는 결코 승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을 자르고, 다른 사람을 앉혀서 허가해줬다. 7도를 틀면 1조2000억 원이 들고 3도 틀면 3000억 원 든다. 이것만으로 롯데에 9000억 원의 이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안보상으로 심각한 비용을 초래했다.

이승선 : 결국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 외교 관계에 의해 얻어지는 국익을 외면하고 이상한 정책을 써서 엄청난 기회비용을 초래했다.

윤태범 : MB 정부 때는 단순한 부적격 정실 인사뿐 아니라, 정책을 무리하게 합리화하기 위해 부적격 정실 인사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승선 : MB 정부가 자행한 부적격 정실 인사는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측면이 강해 나라의 미래까지 망쳐버렸다.

김용진 : 제대로 된 낙하산 인사는 욕심 대신 열정, 무능 대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앉히는 것이다. 반면 MB 정권에서는 욕심과 무능만 가득 찬 인물들이 주요 요직에 앉아 나라살림만 거덜 냈다. 일자리 창출 사업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었다. 지속적인 고용창출이 아니라 돈으로 임시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이다. 자전거 도로 사업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인 주요사업들보다 이 사업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자전거가 별로 다니지 않는 곳까지 자전거 도로를 만드느라 예산을 마구 썼다. 이런 사업은 나중에 유지보수 비용까지 경직성 비용을 계속 발생시킨다.

4대강 사업을 할 때, 내가 ‘제대로 사업이 되려면 IT가 동원된 컨트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인을 통해 청와대에 건의한 적이 있다. 비의 양을 예측하고 수문 조절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청와대 측의 반응이 한심했다. 'IT 몰라요. 우린 토목만 알아요'라는 것이었다. ‘토목’만 아는 전문성이 없는 부적격 인사들로 채워져 있으니 이런 것이다.

이승선 : 대통령 자체가 부적격이었던 듯하다.

김용진 : 내가 미국에서 10년 있다가 2007년에 귀국했는데, 이미 그때 나는 한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에 대해 ‘토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가 주장했다.

이승선 :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나.

김용진 : 토목 분야는 모든 비리와 협잡이 횡행하는 곳이다. 이곳의 전문경영인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토목 분야에서 CEO는 황제다. 그런데 토목사업의 CEO는 다시 오너의 머슴이다. 따라서 토목 분야 CEO 출신에게 민주주의적인 마인드와 국가를 생각하며 국정운영을 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승선 : 유권자들이 김 교수의 탁견을 알았다면, MB를 대통령으로 뽑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독재를 하더라도 잘 살게 해주면 그만이라는 기대가 커서 ‘부적격 인사’인 줄 가려내는 눈이 멀었던 것 같다. 정실 인사라고 해도 ‘적격’이면 된다고 하는데,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
윤태범 : 해당분야 전문성을 지녔다면 일단 필요조건을 갖춘 것이다. 정치인 중에도 대표적으로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을 앉히는 경우, 선거에서 도와준 사람 앉히는 경우 등은 정실 인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적격이냐 아니냐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오죽하면 좋은 낙하산, 나쁜 낙하산으로 구분하겠는가.

인사를 할 때는 해당분야에서 업무전문성을 가장 먼저 보고 그다음으로 고위직이 갖춰야 할 보편적인 조건으로 도덕성을 봐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세 번째로 과도하게 이해충돌이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 라는 ‘윤리성’을 따져봐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김성주 총재는 대표적인 부적격 정실 인사

이승선 :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적격 정실 인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적격 인사인데, 부적격으로 매도당하거나, 적격 인사라고 청와대에서 강변하지만 명백한 부적격 인사 사례를 꼽아 달라.

윤태범 :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적격 정실 인사가 아니다. 기본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반면, 윤진숙 전 해수부 장관은 처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얼마가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다. 당시 언론 등의 지적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김용진 :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도 부적격 정실 인사다. 그 사람은 그쪽 전문성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적십자사비도 5년 동안 안 냈는데 말 다했다. 전문성, 도덕성 등 두 개 기준에서 다 안 된다. 필요조건이 안 되는 거다. 필요조건을 충족했다고 해도,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나. 그것도 아니다. 미국은 장관을 임명할 때 대통령이 나서서 ‘이 사람은 무엇을 잘하고, 나는 무엇을 하려고 이 사람을 임명한다’고 밝힌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인사권자가 그냥 덜렁 ‘너희가 검증해라’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병역기록 등 몇몇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 사람이 왜 필요한가’라고 설명하는 거다. 그러면서 ‘승인해 달라’고 하는 거다. 우리는 걸핏하면 전문성이 있느니, 도덕성이 있느니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다. 바로 '목적적합성' 이라는 충분조건이다.

윤태범 : '낙하산이다 아니다', '적격하다 아니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없다. 모든 것을 언론에 맡긴다. 자격을 갖추고 있는데, 선거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적격한 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본다. 인사검증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법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격한 인사도 이런 상황에서 임명되면 만신창이가 된다.

이승선 :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선거에서 이겨도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더라.

김용진 :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철수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랑 같이 정책을 만들고, 나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했던 사람이 같이 안 들어가면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겠는가.

이승선 : 기업 CEO 출신이면 다 대통령감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김용진 : 거대한 시장을 읽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정도면 모르겠다. 700억 원 정도 규모의 IT기업, 그것도 뭔가를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보안솔루션을 주요 제품으로 하는 기업을 운영한 CEO 출신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주주권이 존재하는 기업환경을 가진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기업환경은 업종을 불문하고 민주적인 마인드셋이 형성된 CEO 출신 정치인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업주 출신도 마찬가지다.

이승선 : 끝으로 부적격 정실 인사로 국민에게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제도적 정비에 대해 말씀해 달라.

윤태범 : 늘 부적격 정실 인사를 둘러싸고 논란만 있고 제도적 정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은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검증할 권한이 있다. 국회 청문회가 인사권 간섭이 아닌 정책 검증을 하려면, 청와대에서 확실한 사전 검증을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승선 :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앞으로 ‘MB의 부적격 정실 인사가 초래한 비용’ 같은 대담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길 바란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