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의 계보 이을 권오준 누구인가
권오준 사장,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
2014년 01월 20일 (월) 15:52:06 김남규 기자 ngk@ftoday.co.kr

   
▲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 내정자.

[파이낸셜투데이=김남규 기자] 포스코 이사회가 외부 수혈에 의한 혁신보다는 전문성과 연속성을 선택했다.

포스코는 16일 차기 회장으로 권오준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일단 재계는 권오준 사장의 내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나가야 할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판단에다서다.

포스코는 그에게 원하고 있다. 침체된 철강경기 속에서 사업구조를 개편해 성장엔진을 달아달라고.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포스코는 권오준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했다. 세계 철강경기 침체 속에서 포스코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포스코 CEO 추천위는 구성된 지 하루 만에 권오준 사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결정했다. 이는 후보들 간 경쟁 과열을 막고 CEO 선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걷어내 조직 안정을 꾀하려는 계산에서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준양 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처럼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기술 전문가가 차기 회장으로 승진하는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산규모 기준 재계 6위인 포스코(46개 계열사 포함)를 이끌고 가야 하는 권 회장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력 업종인 철강산업의 경기 부진이 가장 큰 문제다.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허덕이면서 각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성장세는 지난 2012년부터 한풀 꺾인 듯한 모습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11.6%에 달한 영업이익률은 2012년 5.7%, 2013년(1∼3분기) 5.0%로 뚝 떨어졌다.

권오준 회장 내정자에게는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다시금 용광로의 불을 활활 타오르게끔 하는 무거운 책임이 씌워졌다. 아마도 포스코 이사회가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았기에 권오준 사장을 차기 수장으로 선출한 듯 싶다.

말 많던 회장 선출 과정 ‘속전속결’

정준양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정 선전 과정은 역대 회장 선출 과정과는 이례적으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포스코는 KT와 마찬가지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회장 선출되고, 이 과정에서 꾀나 시끄러운 잡음을 내는 기업 중 하나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이 포스코라는 기업을 우직한 ‘국민 기업’으로 느끼는데 반해,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통해 쟁취하는 하나의 전리품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항상 청와대 낙하산설과 대선캠프 지원설, 회사 안팎의 밥그릇 싸움 등의 비화가 끊이질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12월17일에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포스코 차기 회장에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아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전국민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주요 언론사 역시 포스코 CEO 추천위가 차기 회장 후보로 최병렬 전 의원을 확정, 3월14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 예단보도를 쏟아냈다.

당시의 이 같은 촌극은 최병렬 전의원 측근의 강력한 부인과 포스코 측의 해명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 역시 포스코라는 기업이 가지는 영향력을 반증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후 포스코 측은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속도를 내게 된다.

 

포스코, CEO 선임 불확실성 걷고자 하루 만에 확정
업계반응, 사외이사 6인이 만들어낸 ‘놀라운 합작품’

 

지난 15일 포스코 CEO 추천위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권오준, 김진일, 박한용, 정동화, 오영호 등 5명 후보군으로 압축하고,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돌입한다.

내부 인사로는 권오준(64) 포스코 사장, 김진일(61)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63)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정동화(63)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4명이 이름을 올렸고, 외부 인사로는 오영호(62) 코트라 사장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당시 이영선 이사회 의장은 “포스코 내부 인사 이외에 외부 인사까지 폭넓게 후보군으로 검토하는 등 투명하게 선정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막강했던 후보군은 권오준, 정동화 두 명으로 압축된다.

지난 16일 포스코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들 2명을 대상으로 오늘 면접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경력이나 전문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것 같다”면서 “이르면 오늘 오후나 내일 단독후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약 3시간 후 포스코는 권오준 사장을 단독 후보로 내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최종 후보가 결정된 것이다.

권오준 발탁 뒷말도 ‘무성’

포스코 회장 후보가 권오준 기술총괄사장으로 결정이 나자, 인물 선정 배경과 신속한 결정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11월15일 사임을 표명한 뒤 포스코는 승계카운슬(협의회) 등을 구성해 50일 간 회장 후보 선별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10여명의 내외·부 인사가 포스코 차기회장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권 사장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권 사장의 회장 후보 낙점은 포스코 내부에서도 사외이사 6인이 만들어낸 ‘놀라운 합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이다.

청와대가 애초에 권오준 사장을 낙점해둔 상황에서 이를 신속히 진행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순방 중인 상황이어서 이 같은 추측은 무게감을 얻지 못했다.

지난 16일에는 정준양 회장의 고교·대학 후배인 권오준 사장과 포스코 건설 후배인 정동화 부회장이 경합을 벌이자, 이는 청와대가 아니라 정준양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두 후보 모두 정회장과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에 정준양 회장 입장에서는 누가 회장직에 오르더라도 만족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이에 포스코 전 임원은 “정준양 회장과 가까운 인물이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포스코 회장선출 과정에 청와대 등의 외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차기 회장 인선에 정부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이를 반대로 보면 정준양 회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포스코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순방길에 오르기 전 내정자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鐵의 계보 이을 권오준 누구?

포스코 회장 후보로 확정된 권오준 사장은 내부 출신의 기술전문가다. 권 회장 내정자는 1950년생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한 후, 캐나다 윈저대 대학원과 미국 피츠버그대 공학박사를 수료했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하면서 포스코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 이후 RIST 강재연구부 열연연구실장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사무소장,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등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2년부터는 포스코 기술총괄장 사장을 맡고 있다.

권오준 내정자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닮은 이력으로 재계의 조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권 내정자는 정준양 회장이 졸업한 서울사대부고 후배로 대학도 동문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왔고, 정 회장과 같은 공업교육학을 전공했다.

 

꺼져가는 용광로에 불씨 불어 넣을 청사진 관심집중
R&D 출신 첫 회장… 조직 장악력 없다 우려 시각도

 

정준양 회장은 순천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과를 공부했다. 이처럼 두 사람 모두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고, 공부한 학교는 다를 뿐 금속공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권 내정자는 철강기술전문가로 회사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 독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또 소재분야 전반에 대한 기술경쟁력 우위 확보와 이를 유지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유럽사무소장 등의 풍부한 해외사업 경험을 통해 해외철강사와의 네트워크를 쌓은 점 역시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철강업계에서는 권오준 내정자를 ‘포스코의 R&D 기반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포스코가 특허권을 가진 독점 기술 대부분을 권 내정자가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내정자는 인천 송도의 포스코 R&D센터를 세계 철강업계 최고 반열에 오르도록 한 공이 있다”면서 “앞으로 포스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줄 적절한 인사였다”고 평가했다.

비 공채 출신 비주류의 반격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 내정자의 주목할 이력 중 하나가 바로 공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권 내정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RIST 열연구실장으로 포스코에 영입된 인물로, 실제 비슷한 시기 임원을 지낸 사람들 역시 권 내정자와 친분이 두터운 이가 많지 않을 정도다.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CEO를 역임한 이구택, 정준양 전 회장의 대표이사 이력을 살펴보면 전략, 기획, 재무와 같은 경영능력을 키우는 보직을 두루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 내
정자는 연구 전문직 출신으로 R&D분야에서만 경력을 쌓다 CEO에 오른 흔치 않은 이력을 지닌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포스코 내부 출신 발탁이라는 전통을 지키면서 동시에 과거의 경영진과는 차별화된 개혁인사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공채 출신이 아닌 기술 전문가들 등용한 것은 과거의 포스코와 차별되는 파격적인 인사”라며 “철의 사나이 박태준 회장 인맥을 이어가던 계보를 끊겠다는 의
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내정자에게도 약점은 있다. 권 내정자가 내부 구성원과 소통이 많지 않았던 점은 앞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데 있어 약점이 될게 자명하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권 내정자는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자기 일만 묵묵하게 하는 성격이라 이 같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줄 아는 분이기 때문에 외부의 우려만큼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오준 “경쟁력 높이겠다”

“포스코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 포스코 회장 내정자 확정 이후 권 내정자가 지난 17일 기자들은 상대로 강조한 첫 번째 공식 발언이다.

권 회장 내정자는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빌딩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과 관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경영능력을) 닦아나가겠다”는 교과서 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포스코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해 실적 개선뿐 아니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포스코는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재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을 맡고 있는 그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권 내정자는 3월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준양 현 회장의 뒤를 이어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