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이승욱 기자 | smkgun74@sisapress.com

파이시티 인·허가를 둘러싼 로비 사건에는 포항 인맥이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수억 원대의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브로커 이동율씨와 박영준 전 차관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그들의 배후에는 포항 출신 기업인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 단체가 있다. ‘포항뿌리회’가 그것이다. 지역 내에서는 단체가 지역 토호 세력과 정권 실세, 포스코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통해 이권을 챙기는 데 활용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시사저널>은 포항뿌리회 회원 1백54명의 명단을 단독 입수했다.

포항이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하다. 지역 내에서는 포항 지역 기업인 등 인사들이 대거 검찰에 줄소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현직 대통령의 고향. 그리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포스코를 두고 있는 포항의 자부심은 지금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른바 ‘포항 게이트’가 곧 터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국 답은 ‘MB의 고향’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수차례 사정기관의 수사망을 피해오던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 정황을 밝혀주는 단서는 MB의 고향에서 터져 나왔다. 이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서 포항 인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MB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수억 원대의 불법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브로커 이동율씨(60, 구속)와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자금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59)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 무대에서 이들의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포항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이들과 연관된 사건이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는 식이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진짜 정체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바로 ‘포항뿌리회’(이하 뿌리회)를 말한다. 기자가 현지에서 접촉한 지역의 일부 인사들은 지역 토호 세력과 정권 실세 그리고 포스코로 이어지는 커넥션에서 ‘뿌리회’가 이권을 챙기는 창구로 활용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뿌리회의 명단을 단독 입수했다.

‘영포회’가 MB 고향인 포항 출향 인사들의 친목 단체라면, 뿌리회는 현재 지역에 정착한 토착 인사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본지가 입수한 2012년 1월 현재 ‘뿌리회’ 회원 명단에는 1백54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포항 출신으로 지역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과 공무원,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등 다양한 인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뿌리회는 애초 ‘포항 지역의 뿌리를 찾는다’는 명분을 가지고 결성되었다. 뿌리회의 회원 자격 요건은 까다로운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예외적인 회원도 있지만, 나이가 45세 이상이면서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야 회원 가입 요건을 충족한다. 한마디로 ‘포항 토박이’여야 한다는 말이다. 나이에 따라 기수가 나뉘고 고향 선후배 위계질서가 강한 만큼 단체 운영도 폐쇄적인 셈이다. 뿌리회는 공식적으로는 회원 간 친목 도모 외에도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립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뿌리회가 제작·배포한 수첩에는 뿌리회를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갖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일각에서 뿌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뿌리회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포스코와 정권 실세가 연계되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그들끼리의 잔치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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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역 애향 단체인 뿌리회의 2012년 회원 명단 복사본. ⓒ 시사저널 박은숙

이동조와 친분 두터운 일부 회원들 주목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받아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은 올해 1월을 기준으로 한 뿌리회 회원 명단에는 이름이 빠져 있다. 대신 이회장의 친동생이자 현재 제이엔테크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이 아무개씨가 31기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회장의 동생인 이씨는 사실상 ‘바지 사장’이다. 이씨는 명목상 기업 대표자일 뿐, 실질적으로 이회장이 회사의 대내외 활동을 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뿌리회가 애초 취지와 달리 정치권과 결탁해 지역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뿌리회의 핵심 멤버로 통하는 전·현직 회원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명단에는 포스코그룹의 ‘외주 파트너사’(포스코의 청소·정비·기계설비 용역 아웃소싱업체)와 협력업체 기업인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하도급업체로 성장했던 이회장의 제이엔테크처럼 뿌리회 소속 전·현 회원 중 일부는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와 협력업체 등을 운영하면서 포스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이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3~4명은 박영준 전 차관 등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지역에서 나돈다. 포스코의 외주 파트너사인 H사를 운영하는 동지상고 출신의 박 아무개씨와 포스코 부장 출신인 다른 박 아무개씨(D사), 포스코 차장 출신인 또 다른 박 아무개씨(P사) 등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뿌리회 회원 명단에서 H사의 박씨는 27기, D사의 박씨는 21기로 등재되어 있다. 포스코 차장 출신인 P사 대표 박씨는 뿌리회 전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이회장과 포항고 동문으로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조 회장과 뿌리회 일부 멤버들은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활용해 포스코의 외주 파트너사로 입지를 굳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정권 들어 한나라당 중앙위원이던 이회장이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던 박 전 차관과 친분 관계를 형성하고 ‘의형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뿌리회 일부 회원과 박 전 차관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회장뿐만 아니라 뿌리회 일부 멤버로까지 검찰의 수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다.

지역에서는 이상득 의원 이름도 자주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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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차관의 돈세탁과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조 회장의 제이엔테크 본사 건물. ⓒ 시사저널 박은숙

뿌리회 등 지역 토착 세력이 발호하는 데는 지역 대표 기업인 포스코와 관계가 깊다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사회 단체는 정준양 회장 체제 이후 포스코의 하청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영화 이후 기존 포스코 내부 인력을 아웃소싱하기 위한 차원으로 외주 파트너사를 양산하면서 각종 이권을 둘러싸고 복마전이 치열해졌다는 주장이다. 일부 외주 파트너사와 협력업체가 포스코 전 임직원과 지역 토착 인사 등의 자리 보전용으로 전락하면서 정권 실세를 통해 이권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 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존 25개에 그치던 포스코 계열사가 현 정부 이후 최근까지 61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지역 토착 세력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포스코에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먹고 이를 다시 정치권으로 돌려보내는 악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회장을 통해 정치권과 지역 토착 세력 그리고 포스코로 이어지는 커넥션 구도에서 뿌리회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는 후문이다. 지역 인사들은 정권 실세인 박 전 차관과 포스코 협력업체의 실제 소유주인 이회장의 관계로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사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게이트’성으로 확산되면 박 전 차관 선에서 사안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뿌리회의 막후 인물로 알려질 정도로 지역 유력 인사인 이 아무개씨(8기·명예회장)와 이의원이 무척 막역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고,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와 협력사 등 관계자들도 이의원의 정치적인 후견인 역할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를 운영했던 포항 지역의 한 기업인은 “이의원이 지역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해서 물심양면을 다해 도왔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동조 회장과 뿌리회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지역 내에서의 의혹 제기에 대해 뿌리회측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현재 뿌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씨(17기)는 5월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회장은 뿌리회와는 무관한 인사”라면서 “그는 뿌리회 기수로 치면 21기에 해당하는 연배인데, 어떻게 뿌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회장의 동생인 이씨가 회원인 것은 맞지만, 거기에 이회장이 어떤 역할을 한 바는 없다”라면서 “뿌리회는 이권 개입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봉사 단체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뿌리회 회원이면서 이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내가 이회장과 친한 것은 맞지만 (박 전 차관 등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 박 전 차관처럼 그렇게 높은 분을 내가 어떻게 만나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뿌리회, 사실상 포스코에 대한 압박 단체 역할 해왔다”

정권 실세인 ‘왕차관’(박영준 전 차관)의 돈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 협력업체인 제이엔테크의 이동조 회장(59)과 일부 연루설 의혹이 제기된 ‘포항뿌리회’(이하 뿌리회)는 사실상 ‘포스코 압박 단체’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지역 일각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와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 다수가 포함된 뿌리회의 면면만을 본다면 ‘포스코 갑, 뿌리회 을’의 관계였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뿌리회 내부 사정에 밝은 지역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회장을 비롯한 이른바 핵심 4인방은 포스코와의 관계에서 ‘갑을 관계’가 뒤바뀔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재 뿌리회의 회원은 아니지만 이회장 등과 친분이 두텁고 뿌리회 인맥으로 분류되는 전직 포스코 직원 출신인 박 아무개씨와 관련한 소문은 ‘뿌리회 갑, 포스코 을’이라는 주장의 생생한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포스코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박씨가 임원들 앞에서 집기를 던지는 등 횡포를 부렸다는 것. 포스코 내부 직원들과 교류하는 지역의 한 인사는 “뿌리회가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포스코를 압박하면서 포스코 내부에서도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라고 주장했다.

뿌리회 핵심 멤버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사회 진출도 활발해 눈길을 끈다. 멤버들의 나이가 50대로 왕성한 사회 진출을 할 시기이기도 하지만, 정권 실세를 배후에 두고 적극적인 세 불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받고 있다. 실제 뿌리회 핵심 멤버들은 포항시가 운영하는 협의회나 관변·경제 단체 등에서 전·현직 대표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영준 전 차관의 형 “건설업도 한다는 말은 사실 아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구속되었다. 박 전 차관과 관련해서는 형도 주목되었다. 박 전 차관이 집 이사와 관련해 “형으로부터 3억원을 빌렸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형의 재력이 그 정도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차관의 친형인 사업가 박 아무개씨(경북 칠곡 거주)는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해왔다.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을 전후로 기자와 한 통화에서 동생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박씨는 박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4월25일)이 있기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생(박 전 차관)과는 안부 통화만 할 뿐 (파이시티 사건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없다. 동생과 관련해서는 (언론에) 별달리 할 말이 없다”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검찰의 압수수색 후에 가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박씨는 “언론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도 제대로 보도를 해주느냐. 뭐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데 무엇을 말하겠느냐”라고 했다. 박씨는 여전히 “가끔 동생과 통화를 하지만 안부만 묻는 정도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내가 동의서를 써주고 직접 수사관을 데리고 대구 사무실을 가기도 했다”라며 ‘검찰 압수수색 전 사무실 정리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칠곡 지역의 한 유력 인사에 따르면, 박씨는 박 전 차관의 형이지만 사실상 아버지 역할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박 전 차관이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 박씨가 사실상 아버지처럼 애지중지 동생 뒷바라지를 해왔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경북 칠곡에서 오랫동안 농자재업체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MB 정부가 들어선 후 건설업 관련 일도 한다”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자재업체를 계속 운영 중이다. 건설업을 한 적이 없다”라고 소문을 강하게 부인했다.

[바로 잡습니다]
'포항 뿌리회, 포스코 이권 개입한 적 없는 순수 애향봉사단체'

본지는 5월 8일자 "또 다른 포항 권력 '뿌리회'는 어떤 단체인가"라는 제목으로 포항 뿌리회가 지역 토호 세력 및 정권 실세와 연계해 포스코의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포항 뿌리회는 포스코나 지역 이권에 개입하는 압력단체가 아니며, 이동조 회장 및 보도에 게재된 이상득 ` 박영준씨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