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이상 임직원 평일처럼 근무

'자율 참여'라지만 거부 어려워

'상사 출근하는데…' 사원들도 고민

"이게 경영쇄신인가" 불만 삼켜

근래 '비상 경영'을 선언한 포스코그룹이 6일부터 팀장급 이상 임직원의 토요일 근무를 시작했다. 이번 조처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 위기를 촉발한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 및 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인 채, 서둘러 '보여주기'식 대응만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서울 도심이 텅 비었던 6일 정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후문 주위에는 사원증을 목에 건 채 점심 식사를 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포스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날 전 부서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 포스코건설·대우인터내셔널 등 그룹 전 계열사에서도 이날부터 임직원들의 토요일 근무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체계가 다른 포스코건설은 그룹장 이상 임직원이 나와 사무실을 지켰다.

토요일 근무는 표면적으로 '자율'이지만, 사실상 회사 차원에서 강요된 조처라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따로 공지는 없었지만, 부서장 등으로부터 자율적 근무와 관련해 구두로 전달받은 사항을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팀장을 비롯한 상사가 토요일에 출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팀장 아래 평사원들조차 토요일 출근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토요일 근무 첫날, 특별히 업무가 없어도 사무실에 나와 자리만 지킨 임직원도 적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포스코 직원은 "평소 일이 있으면 알아서 토요일에 출근해 일을 한다"며 "(이번 조처로) 직원들이 무조건 나와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는데, 사무실 전기를 낭비하는 이러한 행보가 경영 쇄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위기 상황이 있을 때 토요 근무를 시행한 적이 있다.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고 단합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철강 업황 악화 못지않게 전임 경영진의 비리와 방만한 경영 행태에서 촉발됐다는 의혹이 크다. 포스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나 임원 다수가 전임 경영진 밑에서 일했고, 잘못된 결정을 방관했다는 시선이 있다"며 "회사가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직원들한테 토요일에 출근하라고 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정책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군대식 조직 문화는 포스코의 위기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토요일 근무와 관련해 포스코 쪽은 "일부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이 확대됐다"며 "간부급 직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