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인수합병으로 회사에 1600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8)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9일 첫 재판에 나와서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심리로 9일 오전 열린 첫 재판에서 정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부실했다는 사후적 사정만으로는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포스코 회장으로서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고 구체적인 실무 업무는 담당 임원에게 위임했다”며 “인수합병을 담당한 임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공소장 기재와 같은 임무 위배행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그룹 사업다각화를 위해 산업은행 제안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법률·회계 자문을 거쳐 이사회 승인을 통과하는 등 통상 절차를 따랐다”고 했다.

아울러 “포스코 그룹 압수수색과 금융거래조회를 통해 피고인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합리적인 범행의 동기가 없으므로 배임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1592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성진지오텍 부채는 5540억원이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살리고자 2013년 7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을 추진해 두 회사 모두의 부실을 부르기도 했다. 성진지오텍은 결국 2014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정 전 회장은 거래를 유지하는 대가로 인척을 협력업체 사외이사로 앉혀 4억7200만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아울러 이상득 전 의원에게 경영 현안을 해결하는 민원을 넣고 대가로 12억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