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쓴 박영준, 이동조 보호 내막
[895호] 2012년 05월 29일 (화) 09:47:02 박남서 언론인 todiri@naver.com


MB정부가 위험하다. 검찰의 칼날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다. 정권 창출과 운용의 핵심 인사들이 임기 말을 맞아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것은 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정가에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윗선, 몸통을 향한 사정칼날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정권말기 MB정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재계도 불안하다. 정치권 실세와의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는 정준양 회장의 포스코와 MB정부에서 최대 수혜를 입은 롯데그룹 등이다.

검찰은 박영준 (52·구속)지식경제부 전 차관을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로부터 수조 원 규모의 복합 유통센터 인허가 관련 청탁로비 혐의와 함께 1억 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조사에서 전방위 로비의혹을 폭로한 이 전 대표는 브로커 이동율(60)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 10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수사결과 이동율 씨가 박 전 차관의 측근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59)에게 건네준 100만원 20매(파이시티 발행)는 이 회장 측 계좌에서 돈세탁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뉴시스>

사건의 불똥 포스코로 점화

그리고 사건의 불똥이 포스코로 튀었다.

파이시티의 시행·시공사이면서 MB의 도곡동 땅을 매입의 중심에 포스코건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허가 비리와는 무관한 상태다.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우리은행)으로 사업시행권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포스코건설에 공사비 1000억원 이상 더 얹어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박 전 차관이 인허가 비리의혹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포스코건설 고위인사의 행태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은 정동화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정준양 회장의 최측근이자 박 전 차관의 측근인 이동조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이다. 이 회장과는 90년도 초반부터 함께 모임을 가질 만큼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이천 출신으로 광양제철소에 오래 근무한 탓에 포항인맥이 없던 정 회장이 정 부회장을 통해 이 회장을 메신저로 삼아 박 전 차관 등 영포라인까지 인맥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치권에선 ‘박영준-이동조-정동화-정준양’의 인사루트가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말 ‘인사전횡’ 때문에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차관은 회장 후임자를 물색하기 위해 박태준 명예회장을 비롯해 이구택 전 회장, 윤석만 전 사장(현재 포스코건설 상임고문) 등을 만났다. 당시 박 명예회장 등은 적임자로 윤 사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2009년 1월 초 이구택 전 회장에게 “정준양씨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차관이 포스코의 고위 인사를 만나는 자리에 이동조 회장이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이 정권실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면서 명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특히 박 전 차관은 윤 전 사장에게 포스코 회장 선임 대가로 금품제공을 요구했으나, 반응이 시원치 않자 결국 정 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인선에 대가로 박 전 차관에서 무엇을 제공했을까. 일각에선 빅딜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아직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박 전 차관과 함께 동석했던 이동조 회장의 제이앤테크는 포스코 특혜로 급성장했다. 만약 이것 역시 회장 인선 대가로 밝혀지게 된다면 정 회장으로선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MB 정권 초기부터 뇌관으로 지목된 인사이다.

포항출신 사업가로 포항고 총동창회장·프로축구팀 포항스틸러스 후원회장을 지낸 그는 이상득 의원의 후원자로 알려졌다. 2000년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 위치한 이 회장 소유의 건물에 이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가까워졌다. 이후 박 전 차관을 비롯해 ‘이상득 패밀리’등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자금관리·돈세탁 이동조 ‘오나 못오나’

이 회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포스코직업훈련과정을 나와 80년 포스코생산직 직원으로 입사했다. 이 회장의 부인은 공장 근처에서 식당을 했다. 포스코가 24시간 근무하는 점에 착안, 상호 ‘효자도시락’(현 조은도시락)으로 도시락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도시락사업으로 돈을 번 이 회장은 94년 포스코를 퇴직, 기업인으로 변신한다. 2000년경에 기계설비 공사업체인 조은개발(현 제이엔테크)을 창업했다.
그는 한때 캄보디아에서 금광사업을 하다 망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하지만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상득·박영준’후광을 업고 도약을 시작했다. 그해 8월 제이앤테크는 포스코 하청업체에 등록되면서 매출액도 급상승한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25억 원과 27억 원에 그치던 회사 매출은 2008년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2009년에는 68억원, 2010년에는 2백억원대, 2011년에는 1백7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이 회장은 2008년 포스코가 베트남에 냉연 공장을 설립할 당시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포스코가 베트남에 VST 신냉연 공장을 설립하면서 유통망 확보를 위해 붕타오만에 항만 공사를 진행한다. 이 회장은 포스코측과 생산 설비계약을 맺고 항만 공사용 케이블 설치를 담당했다. 100억원 상당의 설치 비용이 드는 케이블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공기가 지연되고 지체 비용이 발생했는데 그 비용을 발주자인 포스코가 대납해 특혜 의혹이 발생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포스코측과 이 회장은 ‘도난 당한 곳이 포스코 야적장이라서 보험 처리했을 뿐 특혜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측은 특정 회사를 업체에게 일감을 주는 데 있어 정상적인 사업 공고보다는 ‘긴급발주’를 통해 사업을 몰아주거나 설계 변경 등 원 사업비의 몇 배로 비용을 늘려 주는 방식으로 매출을 신장시키는 데 보이지 않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포스코 베트남 공장에서 나오는 철스크랩(철조각)을 가져와 팔았다. 또 인도네이사에 있는 포스코 관계사의 공사수주를 위해 현지 법인도 세웠다. 2009년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뉴시스>

‘독박’쓰는 박영준, 이동조 ‘보호’는 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4월 25일 이 회장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 날은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날이었다.

이 회장의 계좌에서 출처가 의문스러운 미화 뭉칫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현재 자금의 출처와 실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추적하고 있다.

또한 박 전 차관이 구속되기 전까지 ‘대포폰’을 통해 중국으로 도피한 이 회장과 연락을 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이런 이유에서 사전에 이회장과 입을 맞췄고 도피를 사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도 박 전 차관은 자신이 독박을 쓴 채 철저히 이 회장을 보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회장과 박 전 차관은 깃털에 불과, 몸통은 따로 있다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의 수사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중국에 있는 이 회장과는 연락이 끊긴 상황이고 가족들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또한 ‘참고인’ 자격이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결국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뿐만 아니라 포스코 회장 선임건 그리고 이후 포스코와 이 회장 ‘일감 몰아주기 특혜’, 무엇보다 박 전 차관의 ‘자금 관리’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키맨으로 사건을 여전히 미궁 속에 빠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