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2005년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분사 정책을 폈다. 쇳물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들은 모두 내보냈다. 포센(특수 경비), 포웰(수처리), 포렘(철도 정비), 롤앤롤(롤 정비) 등이 연이어 설립됐다. 당시 포스코에서 분사한 회사는 11곳, 직원 수는 1800명이다.

2005년 5월 설립된 포센이 신호탄이었다. 이때만 해도 직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기업 정규직에서 외주업체 직원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무엇보다 분사 업체로 옮길 경우 포스코에서 받는 급여나 복지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포스코는 직원들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전직 지원 방안'을 만들어 배포했다. 정년까지 지급받을 급여의 30%는 위로금 형식으로 일괄 지급하고, 급여는 포스코 직원들의 70% 수준에 맞춰 지급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많지 않자 다른 부서 직원의 공모를 받아 어렵게 분사할 수 있었다.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공장. 포스코는 11개 분사 업체로부터 불공정 계약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포스코가 임금 70% 보장 약속 어겨"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분사 업체 직원들이 받는 급여는 포스코 직원의 50~6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의 격차는 더 컸다. 포스코 직원들의 급여는 꾸준히 올랐지만, 외주업체의 임금은 동결된 결과였다. '외주행'을 택했던 포센 직원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약속했던 대로 포스코 직원의 70%까지 임금을 올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김광현 포센 소송자모임 대표는 "포스코에서 정년이나 급여를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외주업체로 옮길 이유가 없었다"며 "포스코는 분사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5년 8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간담회'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포스코 측은 "외주사 직원의 급여를 2007년까지 포스코 직원의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답변했다. 이구택 당시 회장도 2005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 오찬에서 "외주업체의 성장 없이는 제철소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100 대 57인 현재의 임금 수준을 100 대 7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1월 포센의 소송 결과가 나왔다. 1심은 외주 파트너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포스코는 처음부터 전직 신청을 한 직원들의 급여를 보장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0억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포스코는 즉각 항소했고,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포센 직원들이 다시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2심 선고 공판을 보면 의문이 든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포스코 내부 문건에는 '개별 보상을 통해 정년까지 포스코와 외주 파트너 간의 임금 격차를 70%까지 약속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문건에는 '우리 회사와 외주 파트너 간의 임금 격차를 지속적으로 좁혀 2007년까지 70%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며 '회사는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한 70% 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돼 있다. 분사 업체 사장 내정자였던 김 아무개씨도 전직 설명 자료에서 "처음에는 연봉의 70% 수준을 보장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격차가 벌어질 것을 직원들이 걱정한다"며 "항상 포스코 연봉의 70%가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문건에 사용된 '개별 보상' '보전' '보장' '포스코 연봉의 70% 수준' 등의 표현을 들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문건에 법적 효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심정적으로 원고들이 왜 소송을 제기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마음이 편치 않다. 대법원의 재심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간 내에 상고장을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10월2일 "정년까지 연봉의 70%를 보장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정년까지 연봉을 보장하겠다고 했다는 주장이 공판에서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배포한 자료 역시 단순한 정책적인 제시에 불과했다"며 "외주 파트너사는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포스코에서 임금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9월30일 포스코에서 분사한 포센의 직원들이 포스코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있다. 

소송 결과 따라 천문학적인 배상 가능성

포스코가 분사한 외주업체의 CEO 선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 분사 업체 사장은 보통 지분 50% 이상을 가진 대주주"라며 "그럼에도 포스코가 사장 선임권을 가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낙하산이 내려온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한 외주업체 대표가 포스코의 사임 지시를 거부했다. 원청업체라고 해도 독립 회사의 사장이자 대주주를 내칠 권리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포스코 내부적으로 외주업체 사장이 50% 이상 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정책을 바꿨다고 한다.

포스코 외주실장이었던 여 아무개 상무가 2011년 3월 포센 직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말한 내용의 녹취록에도 이런 정황이 나온다. 여 상무는 당시 "외주업체의 신임 사장에게는 50% 이상 지분을 안 주기로 했다. 내가 노무외주실장이 되고 나서 규정 자체를 바꿨다"며 "회사(포스코)에서 나와도 상무나 전무를 거쳐 외주사 사장으로 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만 봐도 독립법인인 포센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포스코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게 외주업체 직원들의 설명이다.

공은 대법원 재판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소송을 제기한 24명의 포센 직원이 승소하게 되면 전체 직원 150여 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포센 외에도 11개 분사 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분사 업체도 포센과 비슷한 방식으로 분사가 이뤄진 만큼 선고 결과 또한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에 따라선 포스코가 분사 업체들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포스코가 승소하면 나머지 분사 업체들의 소송도 모두 기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2005년 직원들에게 배포했던 설명서에 나와 있는 임금 70%는 단순한 정책적인 제시일 뿐 법적인 효력은 없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